미국서 테슬라 충전방식 '대세' 돼가는데…현대차엔 악재?

입력 2023-06-29 10:34   수정 2023-06-29 10:35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방식이 미국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테슬라와 다른 충전 방식을 사용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포드·GM은 오는 2025년부터, 리비안은 내년부터 테슬라 충전 방식을 적용하기로 한 데 이어 볼보도 이 방식을 쓰기로 제휴를 맺었다. 스텔란티스도 테슬라 충전 방식을 따를지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 방식에 있어서 '테슬라 표준'이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

테슬라가 자체 구축한 충전소인 '수퍼차저'를 외부에 공개하기로 하고 다수 업체들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미국 정부가 2021년 'EV 충전기 인프라 확대 특별법(NEVI)'을 시행하면서, 전기차 충전소 네트워크 구축에 75억달러(9조8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보조금 지급에는 조건이 붙어 있다. 모든 차량이 비독점적이고 공개적으로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테슬라가 세운 충전소라 해도 다른 완성차 업체 차량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법의 취지다.


현재 전기차 급속 충전 규격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한국과 미국은 '결합충전방식(CCS·Combined Charging System)1'을 표준 규격으로 한다. 어댑터를 쓸 수 있는 등 호환성이 좋다. 테슬라는 '북미표준방식(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 기반이다. 단일 연결단자로 가벼운 게 특징이다. 유럽은 CCS2를 쓴다. 일본은 차데모(CHAdeMO), 중국은 GB/T가 표준이다.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미국에서 CCS1 기반 포트를 다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규격에 따라 충전기를 꽂는 포트 모양이 다른데 어댑터를 사용하면 서로 다른 규격 차량과 충전기도 호환된다.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데다 호환성이 높은 CCS가 아니라 테슬라만 사용할 수 있는 충전 방식을 다른 제조사들이 채택하는 것은 테슬라의 북미시장 점유율 때문이다. 테슬라 수퍼차저 충전소는 미국 전역 1800곳에 설치돼 있다. 충전소에 있는 고속충전기 수만 1만9400여개로 미국 전체 전기차 고속충전기의 약 60%에 달한다. 반면 CCS(1만개)는 절반이다.

최근 미국 지방정부가 테슬라의 충전 방식을 적극 지원하는 점은 현대차그룹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텍사스주는 'NEVI' 지급 조건으로 미 표준 충전 규격인 CCS뿐만 아니라 테슬라의 NACS 커넥터를 갖출 것을 의무화했다. 캘리포니아, 아이오와, 미시건주 등도 이와 비슷한 가이드라인을 검토하고 있다.

충전방식에서 '테슬라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는 업체가 많아지면 단기적으로 현대차그룹의 북미시장 판매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테슬라 충전방식이 대세로 자리잡으면 충전 편의성이 높아진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기준 1위가 충전 편의성이다.

미국 매체 더힐은 "미국이 충전 방식을 표준화할 경우 NACS 방식이 CCS보다 유리하다"며 "NACS 방식의 수퍼차저가 CCS방식보다 기술력이나 내구성 측면에서 앞선다고 업계에서 평가할 뿐만 아니라 설치대수도 약 1만9400대로 CCS방식의 배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현대차그룹이 테슬라의 충전방식을 쫓아가야 할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CCS1 기반의 현대차그룹 차량을 수퍼차저로 충전할 때 충전 효율을 온전히 끌어올리지 못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최근 열린 2023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우리는 800V 초고속 충전으로 설계돼 있어 500V인 테슬라 수퍼차저에 연결하면 오히려 충전 속도가 늦어져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테슬라 충전 체계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충전기별 사용 내역을 분석하면 신규 충전기를 설치할 때 위치 선정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김흥수 현대차 글로벌전략 담당 부사장은 "테슬라 충전기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데이터, 많은 메이커가 준비하는 부가 서비스 등이 테슬라 체계에 종속되는 게 중장기적으로 각 사 전기차 전략을 전개하는 데 유효할까 하는 것도 중요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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